2015년 초판이후 2020 개정판. 22년도에 벌써 11쇄. 

나의 한줄평; 쉽게 읽히는 문장속에 담겨있는, 쉽지 않은 근원의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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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인식 때문이었다. 뉴스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접하면 슬퍼 하고 애도하지만 옆집에서 사람이 죽으면 무서워하고 불쾌 해한다. 그런 마음과 생각들이 누군가로 하여금 인생을 포기 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해 자살 그리 고고독사는 우리의 매정함과 무관심이 만들어낸 또 다른 살 인이다.

내 고정관념이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 깨달은 그날, 그런 고정관념과 편견 때문에 누군가는 상처를 입고 용기를 잃고 삶을 놓아버릴 만큼 좌절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가슴이 철렁했다. 나 역시 편견 때문에 힘든 일을 하고 있으면서 정 작 나 자신은 어떤지 돌아보지 않았다. 한 생명을 해할 수도 또 살릴 수도 있는 것이 나의 태도와 언행으로 드러나는 내 생각인 것을.

그리고 생각했다. 세상의 기준에 나를 맞출 것이 아니라 나에 맞춰 세상을 바꿔나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내 인생의 운 전대를 쥔 사람은 나이고, 천천히 다른 방향으로 간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겠냐고. 오히려 남과 다른 길을 가는 재미를 소소 하게 느끼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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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옷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다고 한다. 그래서 새 옷이 그렇게 많았다. 혼자 살면서 반찬은 사 먹어도 됐을 텐 데 각종 장아찌며 간장, 고추장까지 직접 담가 먹고, 공짜로 얻어왔을 새 옷은 아까워서 꽁꽁 싸매놓고 입어보지도 못했 다. 결국 모조리 폐기물 처리장으로 가게 될 것을.

너무 많은 현장을 겪어서인가. 이제는 이 일을 처음보다 훨씬 직업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 나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고인들이 그토록 아껴두었 던 것들을 폐기 처분하면서 깨닫는 것은 '죽을 때 지고 갈 것 도 아니면서'라는 말에 함축된 의미다. 내가 살아 있지 않은 한 쓸모없어질 것들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지 말자는 생각이 다.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지금은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 없다. 언젠가 쓸 데가 있을 것 같아서, 몇 번 사용하지 않은 새것이라서, 비싸 게 산 물건이라서 필요하지도 않은데 끼고 사는 물건들은 삶 을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사랑하고, 쉬고, 꿈을 꾸어야 할 내 집이 너무 많은 물건으로 채워지기를 원치 않는다. 

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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